2026년 9월 16일

바퀴

묵상

바퀴는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만났다. 자연 어디를 봐도 바퀴는 없다는 것이다.

다리도 있고 날개도 있고 지느러미도 있다. 그런데 축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 바퀴를 가진 생물은 하나도 없다.

책은 여러 이유를 든다. 살아있는 몸은 혈관과 신경으로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바퀴는 몸통과 완전히 분리돼야 돈다. 근육은 수축하고 이완할 뿐, 끝없이 도는 데는 쓰이지 못한다. 그리고 자연은 평평하지 않다. 숲과 바위와 진흙 위에서는 바퀴보다 다리가 낫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바퀴가 있다는 것은 몸에 연결된 것이 아니라 결핍이다. 하나된 생명체가 아니라 겉도는 것이다.

종류대로

하나님은 물고기에게는 지느러미를, 새에게는 날개를, 짐승에게는 다리를 주셨다. 모두 몸에 붙어 있다. 피가 통하고 신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지으신 것을 보시고 좋다고 하셨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창세기 1:31)

각자가 사는 자리에 꼭 맞게 지어진 몸이다. 겉도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바퀴 달린 몸은 없다. 인간은 몸이 아니라 손으로 바퀴를 만들었다.

바퀴는 겉돈다. 사람이 만든 것이니 겉돌아도 된다.

다스리라 하셨다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시고 다스리라 하셨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28)

바퀴는 생각하고 궁리하고 만드는 능력에서 나왔다. 그 능력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에게만 있다.

바퀴 앞에서 사람은 창조주가 아니라 청지기다.

지름길 없는 길

바퀴는 빠르다. 매끄러운 길에서만 구르지만, 그 길에서는 빠르다.

우리 신앙의 길은 그렇게 부르심 받지 않았다. 지름길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길이다.

잠언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인도하시는 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발걸음이다. 순종의 길은 대개 울퉁불퉁하다. 그 길을 매끄럽게 지나가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걸어야 한다.

바퀴는 겉돌아야 구른다. 나는 겉돌지 않고, 그분께 붙어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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